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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검찰 공화국의 그림자 - 서동권 전 안기부장의 생애와 시대의 초상

by mynote7230 2025.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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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권 전 안기부장 별세

 

1980년대 한국 현대사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서동권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안기부장)이다.
그는 검찰총장 출신으로 정보기관을 이끈 드문 인물이었으며, ‘검찰 공화국’이라 불리던 6공화국의 핵심이었다.
2025년 11월 29일, 향년 93세로 별세하며 한 시대의 막을 내렸다.

 


1. 영천에서 태어나 검찰의 정점까지 — 서동권의 시작

1932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서동권 전 안기부장은 경북고와 고려대 법대를 거쳐 1956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이후 1961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용되어 대검찰청 차장검사, 서울고검장, 검찰총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시기(1985~1987)는 5공화국의 말기였다.
그때는 전두환 정권의 강압 통치에 반대하는 학생운동, 재야 인사들의 저항이 끊이지 않았고, 공안정국의 칼날을 쥔 사람이 바로 서동권 총장이었다.
그의 이름은 그 시대의 ‘법’과 ‘권력’이 교차하던 지점에 있었다.


2. “검찰 출신의 정보기관장” — 전직 검찰총장이 안기부장으로

1987년 6월 항쟁 직후, 서동권은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일했다.
그러나 1989년, 노태우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발탁된다.
이는 검찰총장이 정보기관장을 맡은 사례로는 신직수 이후 두 번째였다.

그가 안기부장으로 취임하던 시기, 대한민국은 검사 출신들이 청와대와 정보기관, 사정라인을 독점하던 시대였다.
서동권 안기부장, 정해창 비서실장, 김영일 민정수석, 김영수 1차장 등 핵심 인물들이 모두 검찰 출신이었다.
이로 인해 언론은 이 시기를 “검사들의 전성시대”, 혹은 “검찰 공화국의 완성기”로 불렀다.


국가안전기획부장으로 발탁

3. 냉전의 끝자락에서 피어난 북방외교

1980년대 말,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외교에 사활을 걸었다.
소련(현 러시아), 중국 등 공산권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고, 남북관계의 해빙 역시 목표였다.

이 시기 서동권 안기부장은 남북 고위급 회담 실무를 총괄하며 1990년 1·2차 남북 회담의 실질적 설계자로 활약했다.
그는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직접 회담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사건은 훗날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으로 이어지며 역사적 의미를 남겼다.

그는 단순한 정보기관장이 아니라, 한반도 냉전 완화의 조용한 실무 외교가였다.


4. “남산의 그림자에서 내곡동으로” — 국정원 이전의 결단

서동권 안기부장이 남긴 또 하나의 큰 발자취는 안기부 청사의 이전이다.
그는 서울 남산 기슭의 중앙정보부 시절 청사를 떠나, 지금의 내곡동 부지로 이전을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권력의 상징이던 남산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서울시장이던 고건 전 총리는 당시 “내곡동 부지를 제안하자 서동권 부장이 흔쾌히 동의했다”고 회고했다.
그 결과, 1995년 완공된 **현 국가정보원 청사(내곡동 국정원)**는 그의 결단의 산물이었다.


검찰공화국 시기

5. 퇴임 이후 — 정치특보에서 야구 후원자로

1992년 안기부장을 그만둔 뒤, 그는 노태우 대통령의 정치담당 특보를 맡으며 공직 인생을 마감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그는 모교 경북고 야구부 후원회장으로 활동하며 지역사회와 인연을 이어갔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서 전 부장은 검찰인 동시에 야구인으로, 늘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한다.


6. 시대가 남긴 질문 — ‘검찰 공화국’의 교훈

서동권 전 안기부장의 이름은 한국 현대사의 권력 구조와 정보기관의 역사 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가 속했던 시대는 검찰 권력이 정보, 사정, 청와대를 장악했던 시절이었고,
그 중심에 서 있던 그는 ‘검찰 공화국’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권력의 상징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는 냉전의 벽을 허물고 남북 화해의 문을 연 정보기관장이기도 했다.
또한 남산의 권력을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생애는 권력의 명암을 모두 품고 있다.
검찰의 시대, 정보의 시대, 그리고 변혁의 시대를 살아낸 한 인물의 기록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권력은 누구를 위

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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