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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국내윤리.규제법가이드

AI 챗봇과 딥페이크 영상, 국내 법은 어디까지 규제하고 있나?

by mynote7230 2025. 7. 4.

2024년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AI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침투하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챗봇과 대화하며 정보를 얻고, 심지어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구현한 영상 콘텐츠를 SNS에서 소비하고 있다. AI 챗봇은 법률, 의료, 금융 등 전문 영역에서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정보를 제시하고 있으며, 딥페이크 영상은 이제 단순한 장난이 아닌 강력한 범죄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은 여전히 사후적 대응에 머무르며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

최근에는 실제 딥페이크 영상에 의한 성범죄 판례가 등장했고, AI 챗봇이 생성한 허위 정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도 발생했다. 그렇다면 현행 국내법은 이와 같은 AI 기술을 어디까지 규제하고 있으며, 최근 판례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지금부터 그 법적 현실을 살펴보자.

AI 챗봇과 딥페이크 영상, 국내 법의 규제상태

 AI 챗봇의 법적 경계 – 책임 소재는 누구인가?

AI 챗봇은 이제 단순 정보 제공 수준을 넘어 인간과 거의 구분이 불가능한 대화를 구현하고 있다. 자연어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챗봇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상황도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AI가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을 때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2024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AI 챗봇이 잘못된 투자 정보를 제공한 사건”에 대해 주목할 만한 판단을 내렸다. A씨는 한 증권사의 홈페이지에 탑재된 AI 상담 챗봇을 통해 특정 주식에 대한 매수 의견을 받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었다. 이에 A씨는 해당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AI가 자동 생성한 정보일지라도, 회사가 그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 올려 고객과 상호작용하게 한 이상 일정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례는 AI가 생성한 정보일지라도, 이를 사용자에게 노출한 주체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어디까지나 ‘도움말’로 간주하여야 하며, 이를 사용자에게 공식 정보처럼 제공하는 행위는 책임을 수반한다는 입장이 강화되고 있다.

딥페이크 영상과 성범죄 – 최초 실형 판결 등장

딥페이크 기술이 성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4년 8월,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유포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실형을 선고하는 판결이 나왔다.
피고인 B씨는 연예인 3인의 얼굴을 음란 영상에 합성한 뒤 SNS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법원은 “실제 인물과 구별이 불가능한 수준의 합성물로 인해 피해자들의 인격권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고 판단하며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제작이 ‘성적 목적’이 아닌 경우에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판례다.
기존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비동의 음란물 합성·유포에 대한 형벌만 다루고 있었지만, 이 판례는 “딥페이크 영상의 사회적 파급력”을 반영해 보다 엄격한 법적 잣대를 적용했다. 특히 이 판결에서는 “피해자의 사회적 명성과 심리적 충격”까지 고려되었으며,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한 양형 기준 마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

개인정보보호법과 AI 생성물의 모호한 경계

AI 챗봇과 딥페이크 영상은 실제 사람의 이름, 얼굴, 목소리를 모사하거나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상 규율되는 것은 ‘수집된 정보’이지 ‘합성된 정보’는 아니다. 예를 들어, 공개된 SNS 사진을 기반으로 AI가 가상의 음란 영상을 만들었다면,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2025년 3월, 서울행정법원에서는 C씨가 자기 얼굴이 등장한 합성 영상을 삭제하지 않은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이 아닌 초상권 및 명예훼손 조항을 중심으로 손해배상을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례는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며, 기존 법률이 AI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결국, 현재의 법체계는 AI 기술의 ‘창작’ 능력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데 미흡하며, 이는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로 이어지고 있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누군가의 인격을 침해했을 때, 이를 기존 개인정보 보호법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AI 챗봇과 딥페이크 영상 국제 규제와의 격차 – 유럽과 한국의 대비

대한민국이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법 제도는 여전히 후발주자에 머물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은 2024년 말 ‘AI법(AI Act)’을 통과시키며 세계 최초로 포괄적인 AI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이 법은 기술 위험도를 기반으로 4단계로 AI를 분류하고, 딥페이크와 얼굴 인식 기술을 고위험군으로 설정해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다.
한국은 여전히 개별 법률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AI 기술을 다루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허위 정보 유포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지만, AI 챗봇이 자율적으로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적용이 불명확하다. ‘형법’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대응할 수 있으나, 딥페이크 영상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국회에는 ‘AI 윤리 및 책임 법률안’, ‘딥페이크 규제 특별법’ 등이 발의되어 있지만, 아직 심사조차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세계가 빠르게 AI의 법적 기준을 정립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사건 발생 후 규제’에 머무르며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래 대응 전략 – 입법·윤리·기술의 조화가 필요하다

AI 기술은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챗봇은 앞으로 더욱 개인화되고, 딥페이크 기술은 실시간 영상 통화까지 위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대한민국이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한 법령 정비가 아니다. 기술, 윤리, 법률이 조화를 이루는 다층적 대응 체계가 요구된다.
첫째,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 ‘출처 표시 의무’ 및 ‘딥페이크 여부 고지 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 이는 사용자가 콘텐츠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 제공이다. 둘째, AI로 인해 피해를  개인이 손쉽게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AI 생성물 분쟁 전담 기구’나 ‘피해자 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 자체에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는 ‘AI 윤리 심사위원회’ 또는 ‘공공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기업이 AI 서비스를 설계할 때 사회적 책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국내에는 관련 법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시급성과 강제력이 부족하다. 입법이 지연될수록 피해자는 늘어날 것이며, 결국 기술을 제어하지 못한 사회는 그 대가를 감당해야 한다.

AI 챗봇과 딥페이크 기술은 편리함을 넘어서서, 사회적 신뢰와 인권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판례들은 단순한 기술 범죄가 아닌, 인격권 침해, 명예훼손, 손해배상 등 실질적인 법적 분쟁으로 AI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법은 이제 단순 대응을 넘어, 기술과 함께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AI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AI 기술에 의해 통제당하는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