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안 멀어졌던 한일 국방 협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한일 수색·구조훈련이 9년 만에 재개된다는 소식입니다. 단순히 군사 훈련 하나가 다시 시작됐다는 의미를 넘어, 이 결정은 한일 관계 전반과 동북아 안보 환경에 적지 않은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왜 이 훈련은 중단됐고, 왜 지금 다시 재개되는 걸까요?
한일 수색·구조훈련이란 무엇인가
한일 수색·구조훈련은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함께 참여하는 인도주의적 목적의 연합 훈련입니다. 한반도 근해에서 선박 조난, 항공기 사고, 대형 해상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양국 함정과 인력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절차를 점검하고 숙달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훈련은 1999년 처음 시작돼 격년제로 꾸준히 실시되며 한일 해군 간 대표적인 실무 협력 사례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군사적 긴장 완화는 물론, 해상 안전과 인명 구조라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에 둔 훈련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9년간 중단됐던 이유, 욱일기 논란과 외교 갈등
문제는 2017년 열 번째 훈련을 끝으로 한일 수색·구조훈련이 완전히 멈춰 섰다는 점입니다. 그 결정적 계기는 2018년 제주 국제관함식이었습니다.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의 욱일기 게양 문제가 불거지며 일본 함정이 관함식 참가를 포기했고, 이는 양국 간 군사·외교 갈등의 상징적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이후 강제징용 판결, 수출 규제, 역사 인식 문제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한일 국방협력은 사실상 동결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수색·구조훈련 역시 정치·외교적 갈등의 여파를 피하지 못한 채 중단됐고, 9년이라는 긴 공백이 생기게 됐습니다.
블랙이글스 급유 논란, 재개 직전까지의 우여곡절
훈련 재개는 사실 지난해에도 한 차례 추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일본 내 급유 지원 문제가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일본 측은 블랙이글스의 독도 인근 비행훈련을 문제 삼아 급유 지원을 거부했고, 그 여파로 한일 국방 교류가 다시 전면 중단되는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한일 수색·구조훈련 재개는 단순한 실무 문제가 아니라, 양국 간 정치적 신뢰와 직결된 사안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작은 이슈 하나가 전체 국방 교류를 멈춰 세울 정도로 양국 관계는 민감한 균형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국방장관회담을 계기로 달라진 분위기
전환점은 지난달 26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의 전화 통화였습니다. 이 통화를 계기로 블랙이글스 일본 급유 지원 문제가 해결됐고, 얼어붙었던 한일 국방 교류도 점차 해빙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오늘 열린 국방장관회담에서 양측은 공동보도문을 통해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간 인도주의적 수색·구조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훈련 재개 선언이 아니라, 한일 국방협력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리겠다는 상징적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한일 국방협력 재개의 상징적 의미
이번 한일 수색·구조훈련 재개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군사적 대립이 아닌 인도주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했습니다. 인명 구조와 해상 안전은 어느 나라든 반대하기 어려운 명분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국방장관회담의 정례화 합의입니다. 양국은 앞으로 국방장관회담을 매년 개최하고, 국방 당국 간 의사소통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우발적 갈등을 예방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소통 채널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셋째, 동북아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한 현실적 대응입니다. 북한의 군사 도발, 해상 안보 위협, 재난 대응 협력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일 간 협력 복원은 선택이 아닌 필요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물론 이번 한일 수색·구조훈련 재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 욱일기 문제, 역사 인식 갈등, 국내 여론이라는 민감한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훈련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일본 해상자위대의 상징물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년 만의 재개라는 사실 자체는 분명한 변화의 신호입니다. 완전한 신뢰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소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려는 방향 전환은 확인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일 수색·구조훈련이 던지는 메시지
결국 한일 수색·구조훈련은 단순한 해군 훈련을 넘어, 한일 관계의 현재 위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입니다. 훈련이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면 국방 협력은 물론 외교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작은 갈등으로 다시 중단된다면, 양국 간 신뢰는 또다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시험대 위에 올라선 시점입니다. 이번 훈련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한일 국방협력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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