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시간 ‘밥하는 아줌마’라는 비공식적 호칭으로 불려왔던 학교 급식 종사자들이 마침내 법적으로 ‘조리사·조리실무사’ 라는 명칭과 지위를 얻게 됐습니다. 학교 급식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역할과 전문성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변화입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야 합의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학교급식 종사자’를 급식 시설을 이용해 조리 업무에 종사하는 조리사·조리실무사로 명확히 정의하고, 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을 법에 명시한 것입니다.
기존에는 법적 정의조차 모호했던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이번 개정을 통해 정식 직군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산업재해 문제, 정부 책임으로 명문화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단순한 명칭 변경에 그치지 않습니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폐암 발병 등 산업재해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에 명확히 담겼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앞으로 학교급식종사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법적 의무가 됩니다.

조리사 1인당 적정 급식 인원 기준 마련
개정안에 따라 조리사 1인당 적정 식수 인원 기준도 대통령령으로 정해지게 됩니다. 그동안 학교 급식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과중한 노동이 반복돼 왔지만, 이제는 법적 기준을 통해 최소한의 노동 환경이 보장될 전망입니다.
또한 교육감은 각 학교의 규모와 여건에 맞는 인력 배치 기준을 수립해야 하며, 실제 현장에서 해당 기준이 지켜지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방청석에서 터져 나온 박수와 눈물
이날 국회 본회의를 방청하던 학교 급식 종사자들은 앞치마 차림으로 법안 통과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법안이 가결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일부 종사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오랜 숙원 과제였습니다.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국회의장 발언
우원식 국회의장은 법안 통과 직후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며 “이름이 제대로 생겼고, 이를 통해 학교 급식 종사자들의 최소한의 노동 권리가 보장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노동 존엄성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로 해석됩니다.

“늦었지만 고인들에게 바친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고민정 의원은 “국가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해가 흘렀고, 그 사이 많은 분들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늦었지만 이 법을 고인들의 영전에 바친다”고 말해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급식을 넘어 사회의 청사진으로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이번 법 개정의 의미를 더 확장해 해석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의 밥상과 노동자의 존엄이 함께 지켜지는 급식이 실현된다면, 이는 급식 정책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청사진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급식 현장의 변화, 이제 시작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법적 지위 인정과 인력 기준 마련이 실제 현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점검이 필요합니다.
학교 급식은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공공 서비스인 동시에, 이를 만들어가는 노동자의 권리 역시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번 법 개정이 그 균형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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