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유는 단순히 ‘공표 명령 이행 지연’. 하지만 그 배경에는 20여 년간 이어진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절차 위반이 아닌, 기업의 사회적 책임 회피에 대한 법적 단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1. 사건의 발단 — ‘가습기메이트’의 그림자
2000년대 초,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는 많은 가정에서 사용됐다. 하지만 이후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해당 제품이 인체에 치명적인 호흡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제품을 제조·판매하며, 인체 안전 관련 정보를 은폐하거나 누락한 광고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018년 3월, 두 회사에 과징금 1억2200만 원과 함께 표시·광고법 위반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곧바로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2. 끝나지 않은 법정 싸움과 ‘공표 명령’
두 회사는 각각 5년 8개월, 6년 7개월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 애경산업: 2023년 12월 대법원에서 공정위 일부 승소 판결
- SK케미칼: 2024년 10월 공정위 승소 확정
이 판결로 공표 명령의 집행정지 효력은 소멸됐다. 즉, 두 기업은 각각 30일 이내에 공표 명령을 이행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 애경산업: 1년 2개월 지연
- SK케미칼: 7개월 지연
공정위는 이 지연을 “사실상 불이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두 기업 및 대표이사 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3. 공정위의 강경 입장 — “늦은 이행은 불이행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회적 피해가 컸던 사안에 대해 이행 지연은 용납될 수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단순히 행정적 절차를 어긴 것이 아니라, 기업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향후 다른 기업들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시정조치를 지연하거나 회피할 경우,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
4. 피해자 입장 — “늦은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과 환경단체는 이번 공정위의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너무 늦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여전히 피해 보상과 진상 규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공표 명령은 법적 절차일 뿐, 진정한 사과와 책임은 아직 멀었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여전히 장기적인 건강 피해와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는 법적 보상을 받지 못한 상태다.
5.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 경영의 본질
이번 사건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법원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기업이 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해선, 법적 최소한의 기준이 아닌 윤리적 책임 수행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윤은 잠시지만, 평판은 영원하다.”
이번 사건은 단기적 손익을 넘어 브랜드 신뢰의 본질을 묻는 사건이다.

6. 법적·사회적 파장 — ‘지연 이행’의 대가
공정위의 이번 검찰 고발은 향후 유사 사건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표 명령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다.
이를 어기는 것은 곧 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두 기업은
- 형사 처벌
- 추가 행정 제재
- 기업 이미지 추락
등 복합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 신뢰를 잃은 기업, 회복의 길은 멀다
이번 공정위의 검찰 고발은 단순한 행정처분이 아니다.
이는 ‘기업의 책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다.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법원의 판결을 늦게나마 이행했지만,
신뢰의 시계는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멈췄다.
앞으로 기업들이 기억해야 할 교훈은 단 하나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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