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 70개 서비스 중단…국민 불편 현실화

 

2025년 9월, 대전 유성구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대한민국 전산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정부 핵심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면서 정부 전산망과 온라인 서비스 70여 개가 동시에 마비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화재 사고가 아니라 디지털 재난이라 불릴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정부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24, 국민신문고, 행정심판시스템, 청렴포털 등이 중단되었고, 일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119 영상신고 시스템까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대규모 서비스 장애는 곧 국민 생활의 불편과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데이터센터 화재가 남긴 충격

불은 전산실 리튬이온 배터리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재 직후 10시간이 넘는 진화 작업 끝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배터리 연소가 이어져 완전 진압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문제는 화재 그 자체보다 정부 전산망 복구에 소요되는 장기적 시간과 피해 규모입니다.

이번 사고로 마비된 전산망에는 1등급 핵심 시스템 12개와 2등급 시스템 58개가 포함돼 있으며, 이 중에는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행정 서비스가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과거 2023년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내놓았던 대책들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

현재 사용 불가 또는 장애가 발생한 정부 서비스

1. 정부24

• 온라인 민원 신청·발급 서비스 중단
•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 각종 행정 문서 조회 불가

2. 정부 이메일 시스템

• 정부 부처 내부 이메일 송·수신 불가
• 긴급 업무 처리에 차질 발생

3. 국민신문고 시스템

• 민원 접수, 진행 상황 확인 불가
• 국민이 제보나 불편사항을 올릴 수 없는 상태

4. 민원 정보분석시스템

• 민원 데이터 분석 및 행정 처리 기능 중단

5. 청렴 포털

• 공공기관 청렴 관련 신고·조회 기능 불가

6. 행정심판시스템

• 행정심판 청구 및 진행 상황 확인 불가

7. 정부 합동 민원센터 누리집

• 각종 민원 통합 처리 기능 장애

8. 119 관련 서비스 일부 제한

• 일반 전화 신고는 가능
• 하지만 문자·영상 119 신고, 구급스마트시스템은 작동 불가 상태

---

반복되는 정부 전산망 마비, 왜?

2023년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 24, 주민등록시스템, 나라장터, 모바일 신분증 등 주요 서비스가 멈춰 서면서 국민적 불편과 비판이 거셌습니다. 이후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법령을 개정하고 정보시스템 장애를 사회재난 유형에 포함시켰습니다. 또한, 복구 기준을 강화하고 서비스 수준협약(SLA)을 마련했지만, 이번 사건은 여전히 재난 대응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습니다.

---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1. 단일 장애 지점(Single Point of Failure) 최소화
   • 데이터센터 화재나 장비 고장으로 전산망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분산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2. 리스크 대비 시나리오 구축
   • 화재, 해킹, 전력 장애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과 대응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3. 실시간 백업 및 복구 시스템 고도화
   • SLA에서 정한 복구 시간(1등급 2시간, 2등급 3시간)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 기술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4. 투명한 정보 공개
   • 국민은 언제든 전산망 장애로 생활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장애 발생 즉시 서비스 현황과 복구 진행 상황을 공개해야 합니다.

---

결론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단순한 시설 화재가 아닌 국가 전산망 전체를 위협하는 재난이었습니다. 반복되는 전산망 장애 사태는 국민 신뢰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으며, 디지털 행정으로 전환 중인 사회에서 치명적 문제를 낳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재난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