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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AI 윤리 기준 vs EU AI Act 비교 분석

mynote7230 2025. 7. 15. 15:29

인공지능 기술은 상상 이상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반드시 사회적 진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오남용, 편향, 감시 등의 부작용은 그 자체로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각국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규제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유의 윤리적 기준과 법적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부터 AI 윤리 기준을 발표하고 개정해 오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인 인공지능 규제법인 ‘EU AI Act’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려 하고 있다. 이 두 기준은 방향성과 접근법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이며, 앞으로 인공지능이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정착될지를 가늠하게 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형 AI 윤리 기준과 EU AI Act를 비교하여 그 차이점과 시사점을 분석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찰해 본다.

한국형 AI 윤리 기준과 EU AI Act 비교

한국형 AI 윤리 기준의 기본 구성과 특징

한국은 ‘사람 중심의 AI’를 핵심 가치로 설정하며, 기술보다 사람의 존엄성과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윤리 기준을 수립했다.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인공지능 윤리 기준’은 총 3대 원칙과 10대 핵심 요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후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구체성과 실행력을 보완하는 개정이 이루어졌다.

한국형 AI 윤리 기준은 크게 ▲인간성 존중 ▲책임성 확보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의 확보를 중심 가치로 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AI’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 가능성과 개인정보의 보호, 비차별 성의 보장 등이 핵심 요건에 포함된다.

이 기준은 법적인 강제력이 있는 규제는 아니며, 권고안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민간 기업과 기관들이 스스로 윤리 기준을 지키고자 하는 자율적 노력을 유도하는 구조로, 기술혁신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가이드라인 중심’의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EU AI Act의 법제적 접근과 리스크 기반 분류

EU는 한국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 중심의 법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2024년 본격 시행을 시작한 ‘EU AI Act’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위험도 기반으로 분류하여 관리하는 포괄적 규제법이다. 이 법은 AI 시스템을 ▲허용 불가(high-risk, prohibited) ▲고위험(high-risk) ▲제한적 위험(limited risk) ▲최소 위험(minimal risk)으로 구분하고, 각각에 대해 다른 수준의 규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 신용 점수 산정이나 실시간 감시를 목적으로 하는 안면인식 기술은 허용되지 않으며, 의료나 인프라 운영에 활용되는 고위험 AI 시스템은 엄격한 사전 인증과 투명성 보고 의무가 부과된다.

EU의 접근은 ‘사전 규제’와 ‘명확한 책임 소재’에 중점을 둔다. 기술개발보다 먼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AI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그에 따라 AI 개발자 및 기업에 명확한 법적 책임을 지운다. 이는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사용자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어 명확한 안전장치를 제공한다.

EU AI Act는 유럽 내부만 아니라, 유럽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외국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글로벌 AI 기업에 규제 준수라는 강력한 압박을 주며, 전 세계 AI 정책의 표준화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자율성과 규제의 균형: 한국과 EU의 접근법 차이

한국과 EU는 모두 인공지능의 윤리적 사용을 중시하고 있지만, 실제 실행 방식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기술 발전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 유연한 자율규제 모델을 채택하고 있고, EU는 소비자와 사회의 권익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강력한 사전 규제를 도입했다.

한국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혁신을 억제하지 않기 위해 기업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윤리 기준을 정부 주도의 규제가 아닌 기업과 학계, 시민사회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반면, EU는 기술의 파급력이 크고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법으로 명확히 선을 긋고 그 안에서 AI가 운영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법 제도의 차이를 넘어,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규제철학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EU 시민은 개인정보와 기본권 보호에 민감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 기술혁신과 국가경쟁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윤리 기준의 내용과 형식에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있다.

향후 과제: 글로벌 연계성과 국내 법제화의 필요성

인공지능은 국가 경계를 넘어 동작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각국의 윤리 기준과 규제 체계가 충돌할 경우 혼란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AI 윤리 기준은 현재로서는 국내에 한정된 권고안 수준이지만,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거나,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입할 때는 EU AI Act와 같은 규제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 역시 단순한 가이드라인 수준을 넘어, 최소한의 법적 기준과 인증 체계를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특히 고위험 AI 분야에서는 투명성, 설명 가능성, 안전성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공공 인증 시스템이 필요하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글로벌 기준과의 정합성 확보도 중요하다. 한국이 독자적인 윤리 기준만 고수할 경우, 국제 표준에서 소외되거나 외국 규제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 앞으로는 EU,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AI 윤리의 글로벌 기대치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기술력이 국제사회에서도 신뢰받는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한국형 AI 윤리 기준 vs EU AI Act 비교 요약표

제정 목적 사람 중심의 AI 실현, 신뢰 기반 조성 위험 기반 AI 규제, 시민권 보호
형태 및 법적 구속력 권고안 (비강제적) 법률 (강제적 규제)
핵심 원칙/요소 인간성 존중, 책임성, 설명 가능성 등 10대 요건 리스크 기반 분류 (4단계) 및 각 단계별 의무 부과
AI 시스템 분류 방식 별도의 위험 분류 없음 ① 금지 ② 고위험 ③ 제한적 위험 ④ 최소 위험
예시 적용 분야 기업 자율 운영에 맡김 신용 점수, 의료, 감시 등은 고위험 또는 금지 적용
규제 접근법 자율 규제 중심, 유연한 적용 사전 허가·감독 중심, 엄격한 법 집행
국제적 영향력 국내 중심 기준, 국제 연계 부족 글로벌 규제 표준으로 자리잡는 중
장점 기술 혁신 촉진, 산업 유연성 확보 시민 보호 강화, 글로벌 신뢰도 확보
한계 및 과제 실효성 부족, 법제화 미비 기업 부담 과다, 기술 성장 속도 저하 가능성
향후 필요 조치 법적 체계 마련, 국제 기준과 정합성 확보 글로벌 기업 수용 유도, 정책 보완 지속 필요

마무리하며: AI 윤리 기준은 국가의 ‘기술 품격’을 결정한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인간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의 반영이다. 한국형 AI 윤리 기준은 사람 중심의 접근을 취하면서도 여전히 법제화라는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반면 EU는 규제 강화를 통해 AI의 리스크를 명확히 통제하려고 한다. 어느 방식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가 AI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체계다. 지금은 한국이 단지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선도하는 ‘윤리 기준’까지 갖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