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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AI 윤리법을 제정하는가? 배경과 국제비교분석

mynote7230 2025. 7. 6. 16:15

인공지능(AI)은 이제 더 이상 실험실 안의 기술이 아니다. AI는 자율주행차부터 이미지 생성, 추천 시스템, 자동 채용, 의료 진단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인해 일반인도 AI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AI가 사람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사회적 기준과 법적 장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가 편향된 판단을 내리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은 이미 현실에서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윤리’는 더 이상 기술자나 학자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정책과 법률로 제도화되어야 할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AI 윤리법을 제정, 그 배경과 국제비교분석

 

대한민국 정부는 이런 배경 속에서 AI 윤리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기술의 신뢰성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이 왜 AI 윤리법이 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주요 국제 사례들과 비교 분석함으로써 한국형 윤리 법제화의 방향성을 살펴본다.

한국이 AI 윤리법이 있어야 하는 3가지 배경

첫째, AI로 인한 사회적 피해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 면접 시스템에서 특정 억양이나 표정, 시선 처리 방식 등이 자동 감점 요인이 되어 장애인이나 외국인 지원자가 불이익을 받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또 금융 AI가 고소득층 데이터를 중심으로 신용도를 평가하면서 저소득층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확인되었다. 이런 현상은 기술이 인간의 삶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AI 기업의 책임 구조가 매우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AI가 내린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사용자는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대부분의 기업은 “알고리즘이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 현재 한국 법체계에서는 AI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피해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 소재를 규명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셋째, AI 산업의 신뢰성이 사회적 수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국민이 그 기술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해당 기술은 사용되지 않거나 거부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행정에 AI를 도입하더라도 그 판단이 투명하지 않거나 공정성이 없다고 느낀다면, 시민은 기술을 의심하게 된다. 이 같은 불신은 결국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AI 윤리법은 기술의 진흥을 위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의 AI 윤리 법제화 흐름과 정책 현황

한국 정부는 2021년 ‘국가 AI 윤리 기준’을 발표하면서 인간 중심 AI 원칙을 선언적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은 ▲인간 존엄성 존중 ▲공정성과 책임성 확보 ▲설명 가능성과 투명성 확보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제재 수단은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와 국회는 ‘AI 윤리법’ 혹은 ‘AI 기본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 법은 AI 시스템의 개발자와 운영자에게 책임성과 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특히 고위험군 AI 기술(채용, 의료, 행정, 금융 등)에 대해 별도의 관리 및 인증 절차를 도입하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023년에는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AI 법안이 ‘AI 알고리즘 감사제’, ‘공공기관 AI 도입 가이드라인 의무화’, ‘AI 사용 시 사전 고지 의무’ 등을 포함한 내용을 담고 있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AI 산업 진흥과 규제를 균형 있게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기술 규제 = 산업 위축’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 민간 기업의 반발도 큰 편이다. 특히 플랫폼 기업들은 알고리즘을 ‘영업비밀’로 간주하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법제화 추진에 현실적 제약도 많다.

EU·미국과의 비교: AI 윤리법 한국이 참고해야 할 국제 기준

유럽연합(EU)은 2023년 EU AI Act’를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AI 시스템을 ▲최소 위험 ▲한계 위험 ▲고위험 ▲금지 AI 시스템으로 구분해, 고위험군에 속하는 AI에 대해서는 설명 책임, 인적 감독, 외부 감사, 투명성 요건 등을 강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AI가 의료 진단, 대출 심사, 범죄 예측, 채용 평가 등에 사용될 경우, 기업은 사전 등록과 감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EU의 핵심 철학은 인간 중심성과 기본권 보호다. 따라서 개인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모든 AI 기술에는 명확한 책임 구조와 감독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사용자는 AI 시스템에 의해 어떤 판단을 받았는지 이의 제기권과 설명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문제 발생 시 기업은 법적 책임을 진다.

미국은 유럽보다 다소 유연한 방식이지만, 알고리즘 편향 방지와 AI 설명 책임을 중심으로 연방거래위원회(FTC), 국가표준 기술연구소(NIST), 백악관 AI 전략실 등이 협업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바이든 행정부는 ‘AI 권리장전(AI Bill of Rights)’ 초안을 공개해, ▲공정한 자동화 ▲차별 없는 알고리즘 ▲투명한 데이터 사용 등을 국민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고위험 AI에 대한 등급 구분도 없고, 설명 가능성에 대한 명문화도 부족한 상태다. 결국 한국은 윤리 선언에서 제도적 실행으로 전환하는 법제화 단계에 진입했지만, 실제로는 EU나 미국에 비해 제도화 수준이 낮고, 법적 구속력이 약하다.

 AI 윤리법은 규제가 아니라 기술을 위한 사회적 기반이다

많은 사람들은 AI 윤리법을 ‘규제’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윤리 법제화는 오히려 기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 장치다. 기술은 그 자체로 중립적이지 않으며, 기술이 인간을 위한 방향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사회적 통제와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이 AI 윤리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단순한 법률 제정이 아니라, AI 기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사람 중심의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사회적 약속이다. 이것은 단지 산업 보호가 아닌, 사람 보호의 문제이며, 나아가 민주주의와 기본권을 기술 환경에서도 지켜내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국은 기술 진흥과 윤리 규제라는 두 축을 동시에 운영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분류와 감시, 설명 책임, 외부 감사 등은 빠르게 도입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AI 환경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조치 받을 수 있는 디지털 시민 권리 보장 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AI 윤리법은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법이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기술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더 이상 윤리를 선언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이 바로, 기술을 사람의 편에 두기 위한 법제화의 출발점이다.